틴케이스형 고체치약, 마음을 담은 디자이너의 비하인드 스토리

디어얼스


디어얼스 첫 제품인 대용량 고체치약 출시 후, 소용량 제품에 대한 문의가 매우 많았었어요.  

소용량으로 제조하면 아무래도 더 많은 패키지가 쓰이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미루고 미루

더 많은 사람들이 고체치약을 가볍게 경험해보고, 그 경험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더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오늘은 제품 자체의 비하인드 스토리보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틴케이스 고체치약을 얘기해보려고 해요.



디어얼스 틴케이스 고체치약 전면에는 심플한 제품명과 점자!만이 있습니다.

이 점자 디자인에는 시력이 안 좋은 디자이너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제품 개발 전부터 시각장애인의 음료 선택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되기도 했고 

한 시각장애인이 호텔에 투숙했는데 샴푸를 화장품으로 착각해 바르고 나왔다는 사연을 접하면서

일상생활에 밀접한 생활용품 내 점자 보급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점자를 패키지에 넣게 된게 위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였어요.


저는 시력이 굉장히 안좋아 안경을 끼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어려운데요.

늘 어딜가던 렌즈, 안경과 함께 다니지만 집에서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가거나 씻는 중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종종 양치할 때 분명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넣었는데 칫솔에는 치약이 없고.. 

후에 이상하다 여기고 다시 양치 후 안경을 찾아 써보면 세면대나 욕실 바닥에 치약이 떨어져있는 경험.. 

(아마 시력 안좋은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ㅎㅎ)

그 이후로 칫솔과 치약을 눈 가까이 붙여 짜 쓰곤 했답니다.


아니 분명히 칫솔에 얹혀지는거 두 눈으로 봤는데..


 

저는 디어얼스에서 고체치약이라는 걸 알게 되고, 시력이 나쁜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물건이 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고체치약은 친환경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제품이지만 저 같이 시력이 안좋거나 안보이는 사람들에게 사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편리할거라고 생각되었거든요.

신경 쓰지 않아도 치약 양을 매일 일정하게 사용할 수 있고 치약 한 알을 손으로 집어 입에 쏙 넣기만 하면 되니까요.



 

소용량 고체치약 개발을 논의할 당시, 때마침 저시력자를 위한 폰트를 개발하는 디올연구소와 협업할 수 있게되어 

작은 틴케이스에 가독성이 좋은 디올연구소 폰트를 적용하게 되었어요. 


저시력자를 위한 폰트를 제품에 녹여낸다고 하니 제 경험도 떠오르면서, 

전맹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치약을 사용하는지도 알아보게 됐어요. 

실제로 시각장애인분들이 페이스트 치약 사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어 손에 치약을 짜서 사용하시는데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고체치약이 사용하기 좋을 거라 생각되었죠. 


그래서 제품 디자인에 점자를 활용하는걸 제안했고,

이미 친환경 뿐만 아닌 전반적인 사회문제에 회사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점자를 넣는 것에 모두 긍정적이었어요!



점자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틴케이스에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여러 테스트가 필요했습니다.


점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금형이 잘 나와야했고, 실제 유용하게 쓰일만 한지 확인도 필요했고요.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분들을 수소문해 찾고, 테스트를 요청드리고, 의견을 듣고,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

처음 생각한 것보다 꽤 오랜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어렵게 점자가 적절히 쓰인 제품이 탄생했답니다.



점자를 중심으로 제품의 전면 디자인을 하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라,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특별히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부분도 많았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디자인을 기획하고 완성한 다솔 디자이너는 그 과정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몇몇 생활용품 패키지에 들어가있는 점자의 경우 저마다 위치가 다르기도 하고,

보통 뒷면이나 하단에 조그마하게 들어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선택권 문제가 알려져 점자를 비교적 크게 넣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해요.


고체치약 소용량 제품의 경우 케이스 크기가 매우 작기도 하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점자를 넣는 것 보다 제품을 잡았을 때 점자의 존재를 바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점자가 잘 읽혀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점자의 간격, 크기에 따라 읽기 어려울 수도, 잘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라 이런 점에 더욱 신경을 썼고,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께만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점자로 인해 

비시각장애인이 제품을 너무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점도 매우 중요했어요.


저는 점자를 읽을 줄 모르지만, 그 자체로 멋진 디자인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점자 내용은 시각장애인의 음료 선택권 문제에 착안해 ‘고체치약’이 아닌 ‘디어얼스 고체치약’을 삽입했어요.

언젠간 취향따라 다양한 고체치약을 골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


오늘은 틴케이스형 고체치약 제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었지만

사실 디어얼스에서 디자인하는 모든 제품은 친환경 가치뿐만 아니라 배리어프리를 기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제품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한 내용만 담은 간결한 디자인은 잉크 사용 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길고 긴 디어얼스 고체치약 40정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떠셨나요?


디어얼스는 제로웨이스트를 기본 축으로 제품을 개발하지만, 때론 하나의 제품에 이런 저런 생각과 마음을 더 담아내곤 합니다.

디어얼스가 어떤 생각을 제품에 녹여내고 일하고 있는지도 잘 전달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제품 이야기로 찾아뵐게요!